
본 상품 이미지는 실제와 같습니다 : 투명 포장 캠페인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이하여 크라운 제과에서는 잉크를 50% 줄인 'C콘칲 친환경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잉크 7종 중 3종만 사용된 이 포장지는 기존 포장지와 비교했을 때 탄소를 200kg 절감할 수 있으며, 이는 30년 된 소나무 20그루가 한 달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봉지의 배경은 내부와 같은 은색을 유지했는데요. 과자 봉지 내부가 은색을 띠는 가장 큰 이유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과자의 경우 보관을 잘못하면 눅눅해지고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제품 포장시 산소 차단성, 내충격성, 차광성 등 기능이 있는 포장재를 사용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재질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다층포장재를 사용합니다.다층포장재는 2~3겹 이상의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알루미늄박 등을 접착해 만들고, 특히 알루미늄박은 제품을 습기와 고온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내용물의 습기를 차단해 눅눅해지는 것을 막고, 햇빛 등 열을 받아 변형을 막아주는 이 알루미늄 필름이 은색을 나타내기 때문에 봉지 내부가 은색을 띠는 것입니다.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인쇄 도수를 낮춘 후레쉬베리, 촉촉한 초코칩 속포장재, <제공=오리온>크라운 제과뿐 아니라 오리온에서도 2020년부터 플렉소 인쇄설비로 포장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플렉소 인쇄 방식은 기존 그라비어 인쇄와 달리 양각 인쇄를 하는 방식으로 잉크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잉크를 포장재에 입히기 위해 쓰는 화학용품 유기용제 솔벤트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인체에도 이롭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오리온의 초코파이나 촉촉한 초코칩, 후레쉬베리 등 겉 상자가 있는 제품의 경우 낱개 속 포장재의 포장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인쇄 도수를 낮췄습니다. 실제로 오리온은 이를 통해 포장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잉크 사용량을 기존 대비 연간 178t 가까이 줄였습니다.C콘칲 기존 패키지(좌), 친환경 스페셜 에디션 패키지(우), <제공=크라운제과>'C콘칲 친환경 스페셜 에디션'은 지구의 날인 '4월 22일' 숫자에 맞춰 42만 2천 봉지를 한정 생산되었습니다. 즉 지구의 날을 기념하면 일회성 캠페인으로, 생산된 재고가 소진된 후에는 다시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노란색 콘칲 이미지가 들어간 패키지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그러나 'C콘칲 친환경 스페셜 에디션'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일회성 캠페인으로 넘어가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콘칲 이미지가 사라지고 '콘칲'이라는 과자 이름과 '지구의 날' 글자만 남은 이 패키지가 캠페인 취지에 잘 맞을 뿐 아니라, 크라운 제과의 자신감을 보여준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즉, 콘칲은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모양과 색깔, 맛과 식감을 떠올릴 수 있는 유명한 과자이기 때문에, 패키지에서 과감하게 과자 이미지를 삭제해도 '콘칲'이라는 두 글자만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먹음직스러운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접근해야 하는 식품 시장에서 이런 파격적인 선택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콘칲의 인지도 덕분이라는 뜻이죠.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의 과자 진열대, 매일일보 캡처당장 마트와 편의점의 과자 진열대에 가보면,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과자 포장지들을 볼 수 있습니다. 과자 이름이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눈에 띄는 색상으로 강조하고, 매장 조명 아래서 자사의 과자가 가장 먹음직스러워 보이도록 연출된 과자 이미지를 넣습니다. 그 외에도 과자와 어울리는 색상,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배색을 활용하여 신중하게 패키지를 디자인합니다.하지만 과자 포장지가 처음부터 이렇게 알록달록하지는 않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본 상품 이미지는 실제와 같습니다투명 봉지에 포장된 초코파이, <제공=네이버 블로그 '오리온 월드'>오리온의 초코파이가 빨간 속포장을 거쳐 인쇄 도수를 낮추기 이전에,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생산된 초코파이는 내용물이 보이는 투명한 포장지에 들어있었습니다. 겉 상자에 초코파이 사진이 인쇄되어 있기는 했지만, 낱개로 받게 되더라도 투명한 봉지 안의 초코파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바로 확인이 가능했죠.오리온 초코파이 외에도 이런 투명한 과자 봉지 디자인을 가졌던 과자들이 있습니다.새우깡 패키지 변천사,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이제는 빨간 포장지가 더 친숙한 농심의 새우깡 역시 1980년대 이전까지는 내용물이 보이는 투명 포장지를 생산했습니다. 1971년에 출시된 첫 포장지와 현재 마트에서 판매되는 2023년의 포장지를 비교해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과자 이름도, 글씨체도, 새우깡의 트레이드마크와 다름없는 빨간색 새우 이미지도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것은 바로 과자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보는 방식입니다. 두 가지 모두 포장지 안에 든 과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고 있지만, 투명 포장지가 실제로 봉지 속에 든 과자를 보여주고 있고, 현재의 포장지는 봉지 속에 든 과자를 고화질로 촬영하여 맛있어 보이게 보정한 연출 이미지가 들어가 있습니다.이렇게 두 개를 비교해 보니 이상한 점이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과자 이미지가 인쇄된 포장지를 뜯으면, 이미지와 똑같이 생긴 과자가 들어있습니다. 손으로 집을 수 있냐, 없냐의 차이가 전부인 똑같은 과자입니다. 그리고 C콘칲은 봉지 안에 든 과자와 똑같이 생긴 과자 이미지를 포장지에서 지우는 것만으로 잉크를 50% 줄여 탄소를 200kg 절감했다고 합니다.조리 식품과 비조리 완제품무파마 탕면 투명 묶음 포장, <제공=농심>농심은 지난해 무파마 탕면의 4개입 묶음 포장 비닐을 기존 빨간색에서 투명한 비닐로 교체했습니다. 앞면과 옆면에는 브랜드 디자인과 표기 사항 등 최소한의 내용만 기입했습니다. 농심의 친환경 포장 전환은 처음이 아닌데요. 2021년에는 생생우동 4개입 묶음 포장을 밴드로 감싸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제품명과 바코드 등 필수 정보는 밴드에 인쇄하고, 손쉽게 밴드를 제거할 수 있도록 끝부분에 ‘이지 오픈’ 라벨을 적용했습니다. 농심은 이를 통해 연간 약 10t의 플라스틱 필름 사용량을 절약했습니다.단, 라면은 포장지 속 들어있는 재료와 조리 후 이미지가 다른 조리 식품이기 때문에 낱개 속포장에 조리 예시를 인쇄하여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대신 속포장과 중복된 디자인의 겉 포장을 투명하게 교체하여, 잉크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속포장을 통해 정보 전달의 효과는 유지하는 현명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풀무원 사리면, <제공=풀무원>반면 별도의 스프 없이 조리 방법이 다양한 사리면의 경우, 조리 예시 이미지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투명 포장지를 사용하여 포장지 안에 든 실제 사리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쇄 이미지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풀무원의 사리면이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그렇다면 포장을 뜯는 즉시 먹을 수 있는 과자에 어울리는 포장은 무엇일까요?지구, 소비자, 근로자를 위한 '투명 포장 캠페인'포장지에 있는 이미지 그대로 먹을 수 있는 비조리 완제품인 과자는 조리 예시가 필요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과자를 고를 때 궁금한 것은 '이 과자를 어떻게 조리해 먹을지'가 아니라 '이 과자가 어떻게 생겼고, 얼마나 들었는지'입니다.화려한 색감과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연 알록달록한 포장지만이 유일한 방법인지 돌아볼 때입니다. 과자 포장재의 잉크 절감에서 나아가 투명 포장지를 사용하는 것은 환경 문제뿐 아니라 소비자 권리, 생산 근로자의 보호까지 아우르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ESG를 표방하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죠.실제로 오리온이 2014년부터 진행 중인 착한 포장 프로젝트는 포장재 인쇄와 접착에 쓰이는 유해화학물질을 친환경, 친인체 물질로 대체해 환경뿐 아니라 인체에 무해한 포장재를 개발했습니다. 메틸에틸케톤, 에틸아세테이트 등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합용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경친화적 포장재를 개발하여 제조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인 총미연소탄화수소(THC)와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방출량을 기존 대비 각각 83%, 75% 줄인 것인데요. 이는 소비자와 생산 근로자 모두에게 보다 안전한 상품을 제공합니다.시중에서 파는 과자들을 X-레이 촬영한 사진, <제공=디알텍>또한 투명 포장지는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과대포장 이슈'를 잠재울 방법이기도 합니다. 과대포장 논란을 둔 제조사와 소비자의 입장은 늘 팽배한데요, 과자의 형태를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질소가 들어간 것이라는 제조사의 입장과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는 봉지 안을 필요 이상의 질소로 채워 소비자를 눈속임한다는 소비자의 불만 모두 일리 있어 보입니다.만약 투명 포장지를 사용하여 소비자들이 내용물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제조사 입장에서는 질소 덕분에 보존된 과자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과대 포장에 대한 억울함을 풀 수 있고, 소비자는 과자의 양을 알고 구매했으니 봉지를 개봉한 후에 느끼는 배신감이 줄어들 겁니다.365일 중 단 하루가 아닌, 과자를 사 먹는 매일을 '지구의 날'로 만들어 줄 투명 포장 캠페인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