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s Haters! NFT. 이미지출처=adobomagazene 기사 캡처
해외여행도 못 가는 개근거지
최근, 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도 결석하지 않고 개근한 친구를 돈이 없어 해외여행도 가지 못하는 '개근거지'라고 부른다는 이야기였다. 예전에는 성실함의 상징이었던 '개근상'이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 암담했다.
“요즘은 개근하면 ‘평일에 놀러 갈 형편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한대요. 그 얘기 듣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우리 땐 개근은 성실과 같은 개념이었는데 요즘은 안 그렇대요.” (맘카페 회원 A씨) |
2019년 말 등장한 이 혐오 표현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사라진 듯했으나, 올해 초 해외여행이 본격 재개되자 무섭게 다시 등장했다.
이미지출처=중앙일보. ⓒ한상엽 한희정 국민대 교수는 ‘학교 공간의 혐오·차별 현상 연구’(2021)에서
“학교에서 벌어지는 정서적·제도적 차별과 혐오의 말은 학교 공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학교 공간으로 고스란히 흘러들어 펼쳐지고 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아이들이 사용하는 교실 안 혐오 표현은 어른들의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근거지'라는 혐오 표현을 들었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아야만 하다.
한국 사회의 혐오 표현
혐오 표현이란 어떤 개인 혹은 집단에 대해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포격을 선동하는 표현을 뜻한다. 여성 혐오, 장애인 혐오, 성소수자 혐오까지 한국 사회는 특히나 혐오 표현이 일상화되어 있다.
특히나 온라인 환경에서 혐오 표현은 더 극단적으로 변해가고, 더 넓게 사용된다. ‘2022년 혐오 표현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로 혐오 표현을 접했다는 사람이 36.5%,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로 접했다는 사람이 27.1%였다. 온라인에서의 혐오표현 경험. 그래픽=김예경
악플을 NFT로 만든 필리핀 코미디언들
지난 2월, 필리핀에서는 온라인 혐오와 관련된 재밌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필리핀에서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인기 코미디언 그룹 The KoolPals은 자신들을 향한 악플을 활용해서 "Thanks, Haters!" NFT(Non-Fungible Token)를 만들고 판매했다.
YouTube 댓글 중 GB Labrador를 향한
“son of a b*tch. Labrador?? But you look like a pug! Nuissance!(너 퍼그 같아!)”
라는 악플을 활용해서 퍼그 얼굴을 한 GB Labrador NFT를 만드는 식이었다. 그리고 NFT 이름을 'Thanks, Haters!'라고 붙이면서 악플러들을 향해 우리들은 악플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So What!’ 메시지를 전했다.
The Koolpals 호스트들의 캐리커처.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GB Labrador, Nonong Ballinan, Ryan Rems, Muman Reyes, James Caraan. 이미지출처=The Koolpals 홈페이지 캡처Thanks Haters! NFT. 이미지출처=adobomagazene 기사 캡처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을까?
'Thanks, Haters!' 프로젝트는 혐오에 부정적인 힘이 실리는 것을 막고 유쾌하게 악플러들을 대항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혐오 표현은 그것이 마치 재치 있는 풍자처럼 보이게 해서 재생산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The Koolpals의 접근법이 우려되기도 한다. 우스꽝스러운 혐오 표현은 유머의 힘을 타고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진지충’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The Koolpals는 혐오를 유머로 극복하고자 했지만, 사람들이 혐오 표현 자체에 유머적 성격이 있다고 착각할까 봐 걱정된다.우리나라의 혐오 표현 수준이 심각한 것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프로젝트가 한국 사회에서도 통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혐오 표현을 마주했을 때 잘못된 표현임을 확실히 인식하고 비웃음의 대상을 약자에서 Haters로 돌린다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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