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호점을 낼 정도로 인기 있는 카페 '카멜커피'의 메뉴판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졌습니다. 미숫가루를 메뉴판에 'M.S.G.R'로 기재하여 생긴 논란인데요. 미숫가루는 곡물을 말려 빻아서 고운 가루로 만든
한국의 전통적인 보존식품으로, 영어로는 'Misutgaru'가 옳은 표기법입니다.
미숫가루를 ‘M.S.G.R’로 기재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메뉴판,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영미권에서 운영하는 카페라면 Misutgaru, 혹은 이를 줄여서 쓴 'M.S.G.R'가 그럴듯해 보일 수 있지만, 한국에만 지점을 둔 카멜커피가 '미숫가루'라는 한글 표기 없이
한국인도, 외국인도 이해할 수 없는 'M.S.G.R'라고만 표기하여 논란이 된 것이죠.
한글 이름을 가진 한국 전통 음식인데 굳이 영어로 표기하는 것으로 모자라, 처음 본 사람들은 무슨 음료인지 알아볼 수조차 없는 표기법이 네티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부 네티즌은 이 메뉴판을 두고 카멜커피만의 문제점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카페뿐 아니라 식당, 가게, 어딜 가든
간판은 물론이고 메뉴판부터 아주 사소한 안내 사항까지 영어로 표기해 놓은 탓에, 가끔은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린다는 의견이었죠.
▶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제2항 |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해야 하며,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倂記)해야 합니다. |
위와 같이 옥외광고물에 대한 시행령이 존재하긴 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광고물을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는 시행령 위반에 대한 별도의 벌칙 조항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옥외광고물 신고 대상인 면적 5㎡ 이상이거나 건물 4층 이상에 표시된 간판을 별다른 이유 없이 외국어로만 표기할 경우 지자체 등으로부터 시정 요구를 받을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500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광고물을 한글로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고 처벌하는 벌칙 조항은 없으며, 벌금을 부과받는 사유는 신고 대상인 간판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 등에만 해당하는 것입니다.
이마저도 '옥외광고물'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가게에 들어가는 순간 마주하는 메뉴판, 안내판 등에 사용된 언어에 대해서는 제재할 방법이 전혀 없는 셈입니다.
내 땅에서 느끼는 언어장벽같은 나라에 태어나서
같은 언어로 말을 해서
참 행운이야, 참 다행이야
세상에 당연한 건 없어
어떤 노래인지 알아보시겠나요? EXO가 부른 Lucky의 도입부를 여는 가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어서 행복한 마음을 아름답게 표현한 가사로 유명하죠.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이런 '행운'이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입니다. 영어와 외래어의 남용으로 한글을 볼 수 있는 매장이 점점 줄어들며, 간단한 영어단어는 '당연히' 알아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 참 좋겠지만, 여러 개의 외국어에 유창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는 한글을 읽은 것조차 버거운 이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M.S.G.R가 지나가는 이야깃거리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Toilet을 읽지 못해서 진땀 빼는 일이, Green tea가 뭔지 몰라서 따뜻한 녹차 한 잔을 포기하는 일이 일상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들어간 매장에서 영어를 몰라 도로 나오는 것도, 그 많은 영어 메뉴를 하나하나 점원에게 물어보는 것도 상상만으로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나서서 규제하고 한글을 표기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가게에 들어가기 전,
한글이 표기된 가게인지 확인할 수단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린이검증단 인증 '한글가게' 캠페인영어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이들에게 '한글가게' 캠페인을 제안합니다. 한글가게 캠페인은
간판, 메뉴판, 안내판(무선인터넷, 화장실 등) 세 가지가 모두 한글로 표기되었거나, 외국문자 표기 시 한글이 병기된 가게의 입구에 인증 스티커를 붙이는 캠페인입니다.
이 스티커가 붙어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영어뿐인 메뉴판 앞에서 당황할 일도, 영어로 써진 화장실 위치를 찾지 못해 돌아 나올 일도 없죠.한글가게 인증 스티커가 붙은 가게 입구 예시. 그래픽=이해든한글가게 인증 스티커를 허가하는 건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거나, 배우고 있는 '어린이검증단'입니다. 가게에 방문하여 간판, 메뉴판, 안내판을 꼼꼼히 확인하고,
한글을 배운 어린이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한글 표기가 있는 것이 확인되면 인증 스티커를 수여합니다. 스티커에는 어린이검증단이 손글씨로 직접
'한글'을 적어, 해당 가게가 한글가게라는 것을 인증해 줍니다.
한글가게 캠페인은 외국어 간판, 외국어 메뉴판을 사용하는 가게들에 한글 표기를 강제하려는 캠페인이 아닙니다. 다만, 한글 표기를 한 가게가 그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더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맞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캠페인이죠.
M.S.G.R가 생소한 분들이라면, 우리 같이 어린이검증단을 믿어보는 거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