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닷 캠페인 이미지. BBC NEWS 캡처
더 글로리 "강현남"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난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에요."
위 대사는 올 상반기를 강타한 더 글로리 "강현남"의 대사입니다. 현남은 자기 남편인 "이석재"라는 인물에게 상습적으로 구타와 가스라이팅 등등 신체적인 폭력과 정신적인 폭력을 모두 당하고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입니다. 도박과 알코올 중독인 남편에게 늘 얻어맞지만, 딸 선아를 보고 버티죠. 현남은 남편이 우연한 사고로 죽은 후에야 자유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반찬가게를 열며 자신만의 삶을 새롭게 꾸려나갑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자유를 맞이하게 된다는 드라마에서의 해피엔딩, 과연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모두가 가정폭력에서 벗어나는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요?
40분에 1명꼴로 발생하는 가정폭력 피해자
저는 가정폭력, 그중에서도 가정 내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가정폭력은 점점 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에는 가정폭력이 더더욱 증가하기도 하였죠.
현재 중국 여성의 25%는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러시아에서는 40분마다 1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선진국에 속하는 유럽에서도 가정폭력이 심각합니다. 우려의 수준을 넘어 매일 1~2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파트너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여성 4명 중 1명이 가정 내 폭력의 영향을 받으며, 매일 여성 3명이 가정폭력으로 숨집니다.
그럼 더 자세하게 가정폭력의 실태를 알아볼까요?먼저 주변 국가인 중국과 일본을 살펴보겠습니다.
중국의 가정폭력 - 남편의 구타를 피하고자 2층에서 떨어진 여성
KBS 뉴스 캡처먼저 중국입니다. 2020년 중국의 한 SNS에 올라온 한 영상은 10억 회 이상 조회가 됐습니다. 이 영상은 바로 한 여성이 2층에서 떨어지는 CCTV 장면인데요. 2층에서 떨어진 여성은 24살 여성 리우 젠양씨입니다. 그녀는 2017년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시작했지만, 1년 뒤인 2018년 4월부터 남편이 도박을 하다 7,200달러(한화 850만 원)를 잃은 뒤 집에 들어와 자신을 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리우 씨는 "처음에 맞았을 때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며 "그 당시에는 '가정 폭력'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리우 씨는 2층에서 떨어지고 난 뒤에 허리와 가슴, 얼굴 뼈 일부가 부러졌고, 신체 일부도 마비됐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에서는 가정폭력의 심각성, 그리고 이혼과 관련된 법률 시스템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습니다.
중국 전국 여성 연맹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중국 여성 4명 중 1명은 신체적 또는 언어적 학대를 당했거나 남편 등 배우자에 의해 억압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맹 측은 수치로 드러난 것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의 가정폭력 - ドメスティック·バイオレンス(도메스티크·바이오렌스)
일본, 2020년 가정폭력 상담 사상 최대 증가 전망 그래프. nippon.com 제공 다음은 일본입니다. 일본에서는 가정 내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서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 혹은 ‘ドメスティック·バイオレンス(도메스티크·바이오렌스)’라고 부릅니다. 2020년 일본의 가정폭력 발생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출·이동 자제 등이 주된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는데요. 일본 내각부는 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의 배우자 폭력 상담 지원센터 등에 접수된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총 13만 2355건으로 전년도 전체 건수(11만 9276건)를 1만 3천건가량 넘어서며 역대 가장 많았다고 12일 발표했습니다. 월간 발생 추이를 감안할 때 2020년 전체로는 15만 건에 근접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5월은 가정의달로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나 행사가 가장 많은 달입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5월에는 어린이날, 어머니날과 함께 “골든위크”라고 불리는 휴가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요. 그런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서 오히려 가정 내 폭력의 신고 사례는 증가하였다는 보도 자료를 통해서, 우리는 일본의 가정폭력의 실태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가정폭력 - 9초마다 발생하는 가정폭력 피해자
Domestic Violence Statistics. reddit.com 제공다음은 미국입니다. 미국의 백악관은 2021년에 국가 가정폭력 인식 및 예방의 달을 선포함과 동시에 미국 가정폭력의 실태와 관련한 글을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여성 4명 중 1명은 파트너에게 성폭력과 신체적 폭력, 스토킹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44세 미만 여성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가 살인이며, 그중 절반 가까이가 친밀한 관계 내, 특히 부부 사이 간의 폭력에 의해 사망한다고 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미국에서는 가정폭력 역시 대유행으로 번져 많은 피해자가 경제적 불안 증가, 지원체계의 접근 제한 등의 추가적인 압박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2021년 미국의 국가 가정폭력 인식 및 예방의 달. 백악관 제공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정폭력 발생률이 증가하고 피해자 지원체계에 혼란이 발생하며 경제적 불안까지 겹쳐 폭력 피해가 장기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외출 제한 명령이 발표되면서 가정폭력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총기 구매가 급증하며 살해 위험도가 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더욱이 실직 등으로 경제적 불안정이 심화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장시간 같은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었죠.
2019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카차투리아 자매를 지지하는 시위자들. themoscowtimes.com 제공이외에도,
러시아에서는 가장들에 의한 가정폭력이 만연한 것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매년 약 60만 명의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노출되고, 1만 4천여 명이 가정폭력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한 범죄 분석 전문가는 "러시아의 여성 수감자 80%는 가정폭력에 대한 자기방어 중에 일어난 사건에 연루된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초,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기간 동안
프랑스는 국가 전화 상담 센터로 걸려 오는 전화가 확연히 줄었다고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정부는 경찰이 집계한 가정폭력 건수가 전국적으로 3분의 1 더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수도인 파리의 신고 증가 비율은 더 높았다고 합니다. 또한 프랑스는 문자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기간 이메일 문의가 286% 이상 증가했고 왓츠앱으로 제공하는 정신지원메시지서비스가 9일 만에 168건의 문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이 일생동안 배우자(동거자 포함)로부터 신체적 혹은 성적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근거에 분석한 바로는 평생 배우자로부터 신체적 혹은 성적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여성은 전체 여성의 30%에 달했습니다. 북미 지역은 전체 여성의 21%, 유럽·중앙아시아 지역은 29%가 배우자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었고,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은 33%,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은 30%, 호주·뉴질랜드 지역은 28%의 여성이 배우자 폭력을 경험했습니다. 또 중동·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는 40%, 남아시아는 43%의 여성이 배우자로부터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국내의 가정폭력 현황은 어떠할까요?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인포그래픽. 여성가족부 제공여성가족부가 2021년에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살펴보면, 2019년 가정폭력사건 검거 건수는 5만 277건으로 2011년(6848건)과 비교해 7.3배 수준입니다. 이러한 가정폭력 가해자 4명 중 3명은 남성이고, 이들 폭력의 대부분은 부부 사이에서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낸 '2019년 가정폭력행위자 상담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해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전국 법원에서 '상담위탁 보호처분 결정'을 받고 이 상담소에 위탁된 가정폭력 행위자는 260명이었다고 합니다. 이들 중 남성은 197명(75.8%), 여성은 63명(24.2%)으로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컸습니다.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가 부부인 경우가 88.4%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폭력 유형별로 보면 남편에 의한 아내 폭력이 59.2%로 절반을 넘었고, 폭력 행위를 사건별로 분류하면 폭행이 58%로 가장 많았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감소한 가정폭력의 감소의 불편한 진실
가정폭력 사건 112 신고건수 및 인구대비 신고율. 젠더이슈 8호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가정폭력이 증가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20년 가정폭력 신고와 가정폭력 상담 모두 동반하락 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가정폭력의 감소라고 볼 수 있을까요?
가정폭력 상담건수 증가율. 젠더이슈 8호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젠더이슈 8호”에서 2020년 이전 가정폭력 112신고는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가정폭력 상담은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지난 5년 동안 경찰신고는 줄고 상담이 증가함에 따라 신고와 상담 건수의 격차는 6배로 증가했습니다. (2016년 9141건 → 2020년 5만 4010건). 이를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의 도움 요청은 경찰에서 상담소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죠.
즉 112신고 감소는 가정폭력 ‘발생’의 감소가 아니라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의 감소임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이유(본인가정 부부폭력) 「가정폭력실태조사」.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권익보호과 이렇게 많은 가정폭력이 발생하지만,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배우자로부터 폭행당한 피해자 중 86%는 관련 기관에 도움을 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폭력을 경험한 여성 중 48.3%는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2019년에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권익보호과에서 진행한 가정폭력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가정폭력을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사유를 묻는 말에 3.0%는 폭력이 심해질까봐, 약 10.7%가 ‘창피해서’, 약 3.2%는 ‘신고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렇게 가정폭력을 당해도 피해자들은 선뜻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은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성세대의 경우가 더 심한데, 중년 여성들은 신고 자체를 꺼릴뿐더러 가정폭력을 당하고 신고를 하는 것이 일종의 ‘창피’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드라마를 보면 종종 가정폭력을 당한 어머니에게 성인이 된 딸이 물어보는 경우가 있죠. 왜 신고를 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그때는 그것이 당연했고, 동네 사람들 보기가 부끄러워서 참고 넘어갔다고 말하는 장면, 다들 어디서 한 번쯤은 보셨을 것 같은데요. "너무 극적인 거 아니야?" 라고 되물으실 수도 있지만 아직은 이러한 인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을 요청해도 적극적인 보호를 받기 힘들고, 요청해봤자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부정적인 낙인을 남길 뿐입니다.
2021년에 반등한 가정폭력 상담건수. 오마이뉴스 캡처처또한 우리는 코로나19에 급감한 가정폭력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가정폭력 신고가 더더욱 어려웠을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젠더이슈 8호를 다시 살펴보면, ‘집에 머무르라’는 재난 대응 지침은 집안이 안전하지 않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지침은 가해자와의 접촉 시간을 늘려 폭력에 노출될 위험을 높이며(김효정, 2020), 가해자의 통제를 가속했습니다. 따라서 재난 시기 가정폭력 피해자는 경찰과 상담소 등 지원체계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도움 요청을 하더라도 보호와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이 지원체계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상담자가 전화기를 들고, 112 버튼을 누르고, 경찰에 신고를 요청하고, 자신의 상황을 밝히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또 가정폭력에서 잠깐 벗어나 신고를 요청하는 도중에 다시 가해자에게 붙잡혀 폭력을 당할 수도 있죠. 저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프로세스는 없을까 생각해보았고, "블랙닷 캠페인"을 발견했습니다.
손바닥 위에 검은 점을 찍어서 보여주는 블랙닷 캠페인(Black Dot Campaign)
블랙닷 캠페인 이미지. BBC NEWS 캡처블랙닷 캠페인(Black Dot Campaign)은 2015년 영국에서 시작된 캠페인입니다. 영국을 시작으로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었습니다. 블랙닷 캠페인은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성을 돕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으로, 손바닥에 검은 점을 찍어 보여주면 발견한 사람이 대신 경찰에 신고해 적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시그널입니다. 손바닥에 그려진 검은 점은 폭력의 피해를 겪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소리 없는 일종의 “구조요청 신호”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블랙닷 캠페인은 폭력을 겪으면서도 남에게 말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 주요한 취지입니다.
처음에는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성을 돕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캠페인이 진행될수록 남들에게 알려지기 어려운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도 돕기 시작하면서 캠페인을 통해 폭력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의 범위가 확장되었습니다. 가해자가 가족이거나 친밀한 사람이면 보복 등이 무서워서 경찰에 고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블랙닷 캠페인은 이렇게 가정폭력이나 친구 간 폭력, 자식 간 폭력 등 남들에게 알려지기 어려운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을 돕기도 했습니다. 폭력에 노출되어 있지만, 주위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간단한 수신호로 위기 탈출을 돕는 것으로 목적이 확대되었죠.
ABC Action News 캡처
블랙닷 캠페인의 장점은 말이나 행위를 대신해 자기 손바닥을 펼쳐 위험을 알릴 수 있는 간접적이고 간편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블랙닷 캠페인에 동참했던 미국의 한 임산부는 남편이 자신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괴로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했었다고 합니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검사를 받던 그녀는 남편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자신의 손바닥에 검은 점과 함께 ‘도와주세요’(Help me)‘라는 문구를 적어 의료진에게 내보였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던 이 임신부는 구조요청 신호를 읽어낸 의료진 덕분에 남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블랙닷 캠페인을 통해 긍정적 효과를 얻은 사례로 남았습니다. 또 블랙닷 캠페인의 시발점인 영국에서는 이 캠페인이 시작된 지 약 1주일 만에 5백만 명 이상의 영국 국민들에게 전해졌고 49명의 피해자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데 성공한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블랙닷 캠페인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 Jennifer Adams. 인스타그램 캡처간단하게 검은 점을 찍어서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만으로, 많은 피해자들은 가정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블랙닷 캠페인은 단순히 피해자의 신고 과정을 간편하게 감소시켜 주었다는 점에서만 의의가 있는 게 아닙니다. 피해자의 간절한 ‘시그널’을 알아본 시민들이나 의료진, 경찰이 없었다면 손바닥 위의 검은 점은 단순한 낙서로 치부될 수 있었죠. 사람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신고가 블랙닷 캠페인을 더욱더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이유(본인가정 부부폭력) 「가정폭력실태조사」.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권익보호과 2019년에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권익보호과에서 진행한 가정폭력실태조사에서는 이웃가정 부부폭력을 목격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이유도 같이 조사했습니다. 이 결과 약 51.9%가 ‘남의 일이므로’라고 말했습니다. 이 답변이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남의 일’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일, 나와는 상관없는 일, 신고해봤자 괜한 오지랖. 나에게 돌아올 수 있는 피해. 이 단어들은 극도로 심해진 개인주의적인 현재 사회를 비춰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정폭력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서로를 향한 우리의 관심, 소위 말하는 ‘오지랖’이 필요해진 시점이죠. 어쩌면 꼰대처럼 보일 수 있는 오지랖은 뻔한 오지랖이 아닌, ‘선한 오지랖’입니다. 이웃의 얼굴과 몸 곳곳에 생긴 멍을 보고도 지나치지 않는 관심. 옆집에서 들리는 비명에 무신경하게 TV 볼륨을 올리기보다는 피해자를 살펴보는 관심. 이러한 관심이 모인다면 가정폭력은 점점 더 감소하는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고통받고 고립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이웃에게 작은 관심을 건네 보는 게 어떨까요?
당신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 생겨날 검은 점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