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어떤 관계도 맺지 않은, 일반적인 표현으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밑도 끝도 없이, 보자마자 반말을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썩 좋은 기분은 아닐 것이다. 나이가 적든, 많든 어떠한 위치에 있는 아니든, 널 위해서 하는 의미로 충고를 한다고 한들 초면에 반말로 얘기하는 사람에게 좋은 기분이 생길까? 상업광고 불편하다 두 번째 주제는 반말이다.
반말에 예민하고, 민감한 사회
국회의원의 반말, 어느 직장 상사의 반말 등 우리는 갑질로 대표되는, 초면 반말에 대해 우리는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반말이 갖는 가장 중요한 속성이자, 내포되어 있는 의미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낮춤' 이기 때문이다.
반말 : 1) 대화하는 사람의 관계가 분명치 아니하거나 매우 친밀할 때 쓰는, 높이지도 낮추지도 아니하는 말 2) 손아랫사람에게 하듯 낮추어 하는 말
출처 : 표준국어 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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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도 명기되어 있듯이,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서 나오는 반말은 낮추어 하는 말로 받아들이기 쉽고, 반말지거리(반말로 함부로 지껄이는 일, 또는 그런 말투)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물론, 반말이 갖는 친화적인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친구 사이에, 가족 간에, 연인 간에, 동료 사이에 어느 관계든, 우리는 반말로 친근한 관계를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제가 필요하다. 관계가 형성됨, 상호 간의 암묵적 허락이 무조건 전제해야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반말은 완전히 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다정함이나 친근감과는 반대로, 상대를 억압하는 표현이기도 하고, 기를 죽이고, 겁주는 형태이기도 하다. 바로 그것이 언어가 가진 힘이다.
우리가 반말을 무례한 행동이라고 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언어 사용에 있어 특히 나이, 기수, 지위 등, 계급형 사회에서 존재하는 상하, 좌우관계가 많이 영향을 주며, 이에 의해 언어 사용법을 정의 하기 때문이다.
한국어의 대화법은 대부분, 높이거나, 같거나 등의 원론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관계, 서열은 대화할 때 단어의 선택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아래와 한 문장이 대화의 첫 시작인 것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저렇게 말이라도 꺼내 주면 고맙다고 해야 될 것 같다.
"내가 (형/언니)이니까 말 놔도 되지"
하지만, 모든 대화법이 존칭이냐, 반말이냐 이분법으로 정의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공적인 자리, 직장이나, 뉴스로 대표하는 방송, 발표, 연설, 책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어법(존중어, 평어)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랬습니다. 입니다. 하세요 등의 상호존중 적인 표현이다. 나도 낮추지 않으면서 상대방도 높이지 않는 일반적인 표현이다.
새로운 갑질, 미디어에서의 반말 사용
편의점 알바생에게 반말로 얘기하는 손사람에게 반말로 받아치는 알바생의 모습에서 우리는 통쾌함을 느낀다. 그 이유는 반말이 갖는 하대하는 표현 즉 앞에서 말한 사전적 정의, '손아랫사람에게 하듯 낮추어 부르는 말' 이라는 관계가 은밀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말과 존대의 표현은 즉 관계와 사람에 대한 존중이며, 인격체로서의 품격을 담아 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순간, 생각하지도 못한 상업광고에서 먹어봤니? 해봤니? 해. 등의 반말을 시도하는 광고가 많아졌다. 중의적인 표현인지, 상표명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야! 로 시작하는 광고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동안 쌓인 설움을 폭발하는 것일까? 그냥 '야', '너'로 말부터 깐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에이스침대 유튜브 캡쳐
어느 침대 회사의 대박 난 카피로 정평이 높은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는 어느 순간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라고 말을 줄였다. 아닙니다와 아니다는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그러더니 어느 순간 "침대 불편해 봐라 화장 다 뜬다 너" 라고 하면서 미디어의 벽을 뛰어넘어 대화를 시도한다.
피부 트러블도 짜증나는데, "받아봤니?"라고 반말로 물어보는 광고는 도대체 어디까지 내가 이해해 줘야 되는지 물어보고 싶다.
안받았다. 노스카나발. 동아제약 누리집 캡쳐반말이 아닌, 반말인 듯, 존댓말인 듯 알 수 없는 광고, 허공에 얘기하듯 하는 광고도 많다. 하지만, 여기서 거론하는 것은 시청자를 대상으로 대화하듯 이야기 하면서 반말 사용하는 경우의 상업광고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초면부터 반말일까? 아무리 내가 구매를 하진 않았지만, 반말을 들을 지나가는 사람도 아니고, 충분히 구매까지 연결될 수 있는 잠재고객이고, 반말로 말하기에 저 연예인은 나랑 아무런 관계조차 없는데 말이다.
광고 내 반말, 기억하게 만들기 위한 처절한 수단?
광고 영상에는 수많은 광고기법이 존재한다. 어떻게든 시선을 잡기 위해, 광고를 보는 시청자와 구매하는 순간의 관련성을 높이는 광고, 타겟 별로 특히 미디어 소비에 따른 모델의 연령대에 맞추어 영상을 다르게 제작하는 방법, 광고를 2번 연속으로 노출해서 광고 및 상표에 대한 노출을 극대화하는 방법, 종결이 아닌 미완성으로 광고를 보여주고, 결핍이라는 심리상태를 노린 광고, 은유 기법을 통해 더 생각하고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방법 등 정말 15초의 마법이라고 불릴 만하다.
물론, 그들이 이해된다.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브랜드와 제품을 소비자로 하여금 각인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를 위시한 모델, 연예인의 사용은 광고효과에 빠지지 않는 요소이다.
반말을 사용함이란, 존댓말이나 평어를 사용하는 타 광고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일말의 관심을 얻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 요소라고 할 수도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다면, 그걸로 된 거라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마치 해당 제품을 먹어 보지 못하면, 가지지 못하면 루저가 된듯, 마치 우리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광고모델과 광고의 반말은 불편함을 갖게 한다.
반말하는 진상손님, 반말하는 상사, 상호존중 문화를 강조하던 우리
반말이 친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고객이라고, 반말해야 된다거나, 나이가 많다고 반말해야 된다거나, 상사라고, 대표라고, 직급이 높다고, 국회의원이라고 반말해야 되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비매너라고 부르며, 존중이 결여된 대화라고 한다.
2019년 알바생이 꼽은 비매너 고객. 알바몬제공자식 같아서 말을 놓았다. 계급이 낮은데 반말하면 안되나? 내 나이가 몇인데 존댓말을 하나?라는 핑계는 상대방이 허락했을 때나 가능한 경우이며, 상대방에게도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반말을 허용해야 상호 존중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이런 문화를 우리는 수도 없이 미디어에서 이야기하고, 이슈화하며, 거론하고 있다. 광고만은 예외로 둔 채 말이다. 물론 반말하지 않은 광고는 많다. 그리고 광고 모델이 광고 카피를 정하진 않는다. 모델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광고. 이제는 반말보다, 다른 방법 찾자
반말하던 광고, 겉으론 친밀함을 표현하면서 속으로는 나를 봐달라고, 구매해 달라고 외치듯 말하는 상업광고, 보다 친밀함과 색다름을 원한다면,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되지 않을까? 우리는 존중과 배려의 문화니까 말이다.
2014년의 한 논문 [
한국사회에 반말공용화를 묻는다] 에서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말의 역사는 높임말과 반말의 싸움이었다고 말한다. 말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이 해소되지 못했으며, 이제 컨테이너(말을 담는 그릇)가 아닌, 콘텐츠(말뜻)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며, 모든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아랫사람들이여, 반말로 단결하라"라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 그냥 다 반말하자!! 그러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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