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탈 때 운전석 주변 자리에 앉으면 볼 수 있는 특별한 광경이 있습니다. 반대편에서 오는 같은 번호 버스 기사님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인데요.
간혹 기사님들마다 각기 다른 손 인사를 가진 경우도 있어, 멀리서 같은 번호 버스가 보이기 시작하면 기사님들이 인사 나누는 순간을 기다리며 운전석을 뚫어져라 쳐다보곤 했죠.
손 인사 금지 안내문.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하지만 이런 손 인사가 2018년 7월부터 금지되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운전기사 간 손 인사를 나누던 중 발생한 중경상 사고로 인해, 안전상의 이유로 엄격히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버스 기사님들은 이제 누구랑 인사를 나눠야 할까요?
최고예요! 저 기분 좋아졌어요유튜브에서 좋아요 27만 개를 받으며 화제가 된 이 영상은 버스를 탈 때마다 기사님께 인사하는 모습과 인사를 받은 기사님의 반응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 몇 번, 인사에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 무안함을 느끼면서도 꾸준히 인사 영상을 찍어 점점 변화하는 반응을 보여주는데요.
처음에는 대답도 없던 기사님들이 "네."하고 인사를 받기 시작하고,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에
"네, 행복한 시간 되세요"라고 밝게 화답하며 '꾸준한 인사'의 놀라운 효과를 보여줍니다.
나중에는 유튜버가 먼저 인사하기도 전에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하고 인사하는 기사님과 하차 전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하는 다른 승객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버스에서 인사하는 여러 영상을 이어 붙인 이 쇼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영상은 "앉아 계세요. 멈추면 일어나세요"라는 기사님의 안내에 유튜버가 "네~"하고 답하자,
"최고예요! 저 기분 좋아졌어요"라며 기뻐하는 기사님의 영상입니다.
하루에 수십, 수백 명의 승객을 마주할 텐데, 기사님은 왜 이 유튜버의 대답 한 번에 그토록 큰 반응을 보이셨을까요?
버스 운전기사와 승객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채널 'snap22snap' 캡처 버스를 타고 내리며 나누는 간단한 인사.
쉽고 간단해서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막상 버스를 이용해 보면 기사님께 인사를 건네는 승객들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저 역시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대신하는 날이 더 잦은데요. 괜히 인사를 건넸다가 아무 답도 듣지 못할까 봐 지레 걱정하는 마음도 있고, 아무도 하지 않는 인사를 해서 별나 보일까 봐 부끄러운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 영상을 보고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기분 좋게 건네는 인사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기사님께 인사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을 거고요. 단지 아직은 어색해서, 조용한 버스에 인사하는 내 목소리만 들리는 게 조금 쑥스러워서 다들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치고 다음으로 미룬 순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고예요! 저 기분 좋아졌어요. 기뻐하는 기사님의 모습을 보며,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목구멍까지 차오른 인사를 건네지 못하고 버스를 떠나보내던 날들이여,
안녕.
아직은 인사가 조금 부끄러운 우리들을 위한 '안녕버스 캠페인' 어떤가요?안녕버스 캠페인안녕버스 캠페인은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인사말을 공유하고, 버스를 통해 시민 모두가 인사를 나누는 캠페인입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에 오늘의 인사말을 골라보는 건 어떨까요? 문득 좋은 인사말이 떠올랐다면, 버스정류장에 마련된 화이트보드에 적어 다른 승객들과 공유해주세요. 내가 남기고 간 인사말이 누군가에게 '오늘의 인사말'이 되어, 버스를 타고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돌아올 거예요.
인사말을 공유할 수 있는 화이트보드가 비치된 버스정류장 예시. 그래픽=이해든 짧은 인사 한마디로 누군가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다니, 어색함을 극복하고 도전해 볼 가치가 있지 않나요? 남들이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망설일 필요 없습니다. 버스 안에도 분명, 다른 누군가가 먼저 시작해 주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같은 번호 버스 기사님과 내가 탄 버스 기사님이 인사 나누는 순간을 기다리던 설렘을 아는 분들이라면, 더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 우리의 설레는 마음 그대로, 기사님들도 승객들의 인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