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까지 조용히 가고 싶어요 : 생각 택시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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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까지 조용히 가고 싶어요 : 생각 택시 캠페인

  • 2023-04-28 10: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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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79.1% '침묵 택시' 도입 찬성…
복잡한 생각은 택시에 두고 내리세요
목적지까지 혼자 생각하며 가는 '생각 택시'


어색한 장소, 어색한 사람들. 그 사이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아 본 경험 있으신가요? 반대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대화 주제 때문에 피로함을 느낀 경험은요?

그렇다면 질문을 이렇게 바꿔볼까요? 택시에서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세요. 친절한 기사님과 편안한 승차감, 목적지까지 빠르고 안전한 운전 덕분에 기분 좋았던 기억 사이로, 불편한 기억 몇 개가 떠오르지는 않으셨나요?

스몰 토크? 누군가에게는 '스몰'하지 않아요
저는 유독 힘들고 길었던 하루에, 저에게 주는 격려의 선물로 택시를 타곤 합니다. 돈은 조금 더 들지만, 사람이 붐비는 퇴근길에 일명 '지옥철'을 피해, 편히 앉아 집까지 갈 수 있는 택시를 선택하는 것이죠. 

하지만 택시를 탄다고 해서 무조건 집까지 '편하게' 가는 것은 아닙니다. 간혹 저에게 궁금한 게 많은 기사님을 만나게 되면 집 가는 동안 잠시 눈 붙일 생각은 접어둬야 하니까요.

"대학생이에요?"

대부분의 질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전공책 든 모습을 보니 자식 생각이 나서, 손주 생각이 나서. 그 외에도 따뜻하고 다정한 이유로 먼저 말을 붙이시는 기사님들께는 덩달아 자식처럼, 손주처럼 살갑게 대답하게 됩니다. 

학교 공부는 어렵지 않은지, 연애 전선은 이상 무인지… 부모님께도 말한 적 없는 비밀까지 털어놓고 나면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기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택시에서 내리면 즐거운 대화를 뒤로 한 채 피로가 급격히 온몸을 덮칩니다.


'택시를 이용하면서 불편했던 경험' 설문조사 결과. 지디넷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2019년, 지디넷 코리아와 오픈서베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승객들이 택시를 이용하며 불편함을 느낀 경험 1위가 '기사와의 불필요한 대화'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택시에서 조용히 가는 법'이라며 비법이 전수될 만큼 택시에서의 스몰 토크는 택시 이용자들에게 늘 뜨거운 이야깃거리인데요. 그렇다면 택시 이용자들은 왜 기사님과의 대화에 불편함을 느끼는 걸까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많고 많은 택시 중 기사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안부를 묻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어쩌면 바쁜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대화이기도 하죠. 하지만 처음 보는 기사님과 정치 성향을 공유하고, 나이, 학교, 직업, 결혼 계획까지 공개하는 것이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유독 슬프고 우울한 날, 웃으며 말을 거는 기사님께 억지로 웃으며 화답하기도 곤란하고요. 특히 한 발짝 걸을 기운도 없어 택시를 선택한 날, 정치 얘기가 시작되면 택시를 선택한 스스로가 미워지기까지 합니다. 

저 역시 기사님이 불친절하거나 무례해서, 불쾌한 대화 주제로 말을 걸어서 등의 이유로 대화에 피로를 느끼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사람이 붐비는 대중교통과 달리 '혼자'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탑승한 택시에서 처음 보는 기사님과 생각지 못한 대화를 나누게 되니, 당황스러우면서도 발신자 없는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죠. 

저마다 다양한 사연과 이유를 갖고 택시에 탑승한 승객들에게, 기사님이 걸어오는 스몰토크가 항상 '스몰'할 수는 없으니까요.

목적지까지 조용히 가고 싶어요
일본에서는 목적지까지 조용히 가고 싶은 승객들을 위해 이미 '침묵 택시'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침묵 택시는 목적지를 묻고, 요금을 계산할 때 빼곤 운전기사가 승객에게 말을 걸지 않는 택시인데요. 

2017년, 서울신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에서도 '침묵 택시'를 도입하자는 찬성 의견이 79.1%로 높은 수치를 나타낸 반면, 운전기사들은 67.6%가 침묵 택시에 반대했습니다.


'침묵 택시' 도입 찬반 그래프. 서울신문 홈페이지 캡처
한국에서는 T맵 택시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플로 택시를 호출할 때 '조용히 가고 싶어요' 옵션을 미리 선택하여, 택시 탑승 직후부터 불필요한 대화를 단절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T맵 택시의 '기사님 부탁드려요' 요청 기능. T맵 택시 캡처
 
해당 옵션을 이용한 승객들의 리뷰를 살펴보면, 정말로 목적지까지 조용히 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조용히 가고 싶어요'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화두로 오히려 다른 택시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승객을 만나보기도 전에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고 못 박아 버리니, 기사들 입장에서도 떨떠름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중 절반이 넘는 시간을 운전석에서 보내는 택시 기사들에게 말동무는 승객들뿐인데, 간단한 질문조차 거절한다니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죠. 

서로 만나기도 전부터 '인사는 해도 되나…' 눈치 살펴야 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승객에게도 기사에게도 마음이 참 복잡해지는 서비스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요?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승객들을 위한 '생각 택시'입니다.

복잡한 생각은 택시에 두고 내리세요
'생각 택시'는 어플로 선택하는 옵션도, 특정 택시업체가 관리하는 서비스도 아닙니다. 모든 택시 운전기사와 승객이 함께 할 수 있는 캠페인이죠. 택시에 탑승해 여느 때와 같이 기사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오늘의 컨디션에 따라 한 마디만 덧붙이면 됩니다.

"기사님, 목적지까지 혼자 생각하고 싶어요."

유독 머릿속이 복잡하고 생각할 게 많은 날, 혼자 창밖을 보며 멍때리고 싶은 날 먼저 말해보세요. 생각 택시를 이용하는 덴 추가 비용도, 구구절절한 요청 문구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단, 부정적이고 안 좋은 생각은 내리기 전 택시에서 훌훌 털어버리고, 복잡한 생각을 수거해 가는 기사님께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한 마디만 잊지 말고 남겨주세요.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생각이 모두 정리되었다면 "기사님, 오늘 날씨가 좋네요."하고 먼저 말을 걸어도 좋아요.


택시 내부에 부착된 '생각 택시 캠페인' 홍보물 <그래픽=이해든> 
나의 기분, 나의 감정만큼이나 다른 이의 마음이 소중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타인의 친절을 실망시키기 싫은 마음이 때로는 피곤함을 이겨내고, 우울함을 극복하게 만듭니다. 

불편한 대화 주제에 웃으며 대답하던 마음도, '조용히 가고 싶어요' 버튼을 누르기 전 망설이던 마음도, "기사님, 죄송하지만 목적지까지 조용히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느끼던 미안한 마음도 모두 소중합니다.

소중한 마음이 모인 '생각 택시 캠페인' 어떤가요? 더 이상 '대화 거부'로 미안해하지도, 상처받지도 마세요. 목적지까지 가는 길, 생각하는 시간을 나누니까요. 그래도, 탑승 시에, 하차 전에 인사 한 번씩은 어렵지 않겠죠?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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