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같은 책의 양장본과 문고본 판매 실험. 마음산책 제공"값싼 재생종이에 한 손에 들기 가벼운 표지의 책과
두꺼운 양장에 책갈피, 멋진 일러스트가 가득한 디자인의 책"
같은 저자, 같은 내용을 담은 두 종류의 책, 당신은 어떤 책을 구매하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보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순간 고민을 하셨나요?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내가 독서를 하는 장소가 어디지? 작가는? 소장가치가 있는 가격? 돈을 더 내더라도 멋진 양장본 살 가치가 있는 책일까? 하는 고민을 했다면, 당신은 그래도 독서를 하는 사람입니다.
2021년 기준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독서량은 4.5권으로 2022년에 문체부에서 발표한 국민 독서 실태에 따르면, 19년에 비해 무려 3권이나 줄었습니다. 평균 독서량은 참고서, 수험서, 잡지를 제외한 수치입니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국민은 52.5%에 달할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 독서를 안 합니다.
21년 기준 새 책 평균 가격은 1만 7천 원
누군가의 창작물에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책은 창작물인 동시에 하나의 상품으로 생산과 소비가 결합되어 가격이 형성됩니다.
모든 상품의 가격은 시장이 형성하는 것이고(아~ 도서정가제가 있군요 하지만 할인율에 대한 부분이니 넘어가겠습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동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변수가 존재합니다. 어떤 유통 조건이냐, 판매하는 곳의 가격정책(할인, 특판)도 매우 중요합니다. 도서는 저자와 출판사의 계약으로 이루어지는 독점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도서의 가격은 누가 책정할까요?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1년 기준으로 평균 책값은 1만 7116원입니다. 이는 20년 대비 4,2% 상승한 가격입니다. 제작비, 인건비, 유통비, 이익, 번역료, 인세 등이 포함된 가격일 것입니다. 책 한 권의 가격, 적당한 가격일까요? 갈수록 줄어드는 독서율과 가격은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특별 리커버 에디션. 해당 이미지는 캠페인과 무관함을 밝힌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캡쳐
종이 책을 소유하는 사람, 소장하는 문화
특이하게 우리나라는 종이 책을 독서가 아닌, 소장의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우리나라 도서출판에 있어서 일반적인 페이퍼백(paperback) 형태의 책보다, 두껍고 화려한 표지의 책이 많은 이유가 이를 증명 합니다. 이는 미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독서 문화를 대표합니다.
최근 일본의 한 농구 영화가 인기를 끌었을 때 만화책 특별판 판매가 증가한 이유도 영화의 감동을 20년 전의 만화에서 다시 찾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만화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심리를 자극한 마케팅에서 또 다른 구매 관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슬램덩크 신장재편판. YEs24제공책을 소장한다는 측면은 젊은 세대의 독서 구매 형태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단행본이나 도서를 구매하는 이유는 대여(정기구독)나 전자책 이외의 형태로 이미 접한 책을 소장하기 위해 구매하는 유형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 가격이 부담되어 전자 책 정기구독으로 책을 보고,
소장하고 싶은 책만 따로 구매하는 편이다."
노OO씨(28세.남)
그래서 일까요? 아래의 표와 같이 전체 도서 구매량은 21년 기준으로 아직 종이책이 높지만, 19~29세 연령대는 이미 전자책 구입이 종이책 구입량을 앞질렀습니다.

도서 구입량 통계 2021년. 통계청자료
정보를 얻는 방법 vs 지식을 얻는 방법
정보를 얻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재미를 위해 즐길 콘텐츠가 많아진 시대, 짧은 콘텐츠 소비가 트렌드화 된 것처럼 독서율의 감소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같이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책에서 즐거움을 얻지 않고, 정보와 지식을 책에서 구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구글이 있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GPT-4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독서, 종이책의 물감(物感)은 여전히 우리를 매료시킵니다.
읽는 책이 아닌 듣는 책, 종이 책 등으로 독서의 형태가 변화하는 것도 기술과 시대가 변화하듯 당연 할 것입니다. 사실 종이책, 전자책, 듣는 책 등 구분은 이제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똑같이 독서를 한다'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말이죠
책을 소장하기 위해 산다, 읽기 위해 산다. 이 차이 역시 독서의 권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무의미할 것입니다. 읽고 마음에 든 책을 소장한다는 것, 한때 화제가 되었던 단어인 '츤도쿠' (책을 쌓아두기만 하고 읽지 않는 사람)처럼 인테리어의 목적의 도서 구매도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집 책장에 읽지 않은 책이 가득해도 괜찮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독서로 이어지는 활동이니까요.
그러나, 대한민국의 독서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으며, 책의 구매 및 소비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동네서점은 경영난에 문을 닫았고, 대형서점의 매출은 줄어들었습니다.
책, 독서율 증가를 위해 우리가 해야 될 일
오랜만에 서점에 갔습니다. 왜 굳이 온라인도 있지만 오프라인 서점에 간 이유는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바로 구매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배송 예정일인 내일까지 못 기다리겠다 정도의 열정은 아닙니다. 전자책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단지 회사 건물 지하에 서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책을 구매해서 일까요? 그 작가가 오랜만에 책을 내서 일까요? 책 가격 많이 올랐다고 느껴집니다. 이제 만원 이하의 도서는 찾아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도서라서 '문화비 소득공제'가 된다고 하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비싸졌습니다.
최근 영화관을 찾는 발길이 현저하게 적어진 이유를 비싸진 극장 티켓 가격에서 찾기도 하지만, 도서도 그럴까요? 예전처럼 이 책 저 책 장바구니 담듯 구매하지 못하고, 한 권 한 권 선택에 신중해집니다.

1인당 가구당 월평균 서적구입비는 계속 감소중. 통계청 자료
그런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2021년 기준으로 전국 가구당 월평균 서적구입비는 1만 1,221원으로 1만 7천원에 달하는 평균 책 가격 한 권의 비용에도 못 미칩니다. 평균 산출 통계의 함정에 빠진걸까요? 모수가 터무니 없어서 일까요? 통계가 이상한걸까요? 인테리어를 위해, 나의 서재를 가득 채우고 싶은 허영 때문에, 특별판을 누구보다 소유하고 싶어서 산다는 사람들은 어디 갔나요?
책 많이 팔리고, 더 쉽게 구매 하기 위한 방법
이번 NOON 캠페인의 주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의 가격 상승이나 독서 권장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단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를 구매하고, 독서가 활발해 질까에 대한 고민입니다. 해마다 떨어지는 독서율, 갈수록 비싸지는 책 가격, 다양해지는 콘텐츠 시장, 우리는 독서를 권장하는 게 맞을까요?
대한민국 독서 권장 캠페인의 대부분은 독서 분위기 조성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책 읽는 사회'라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작가와의 대화, 슬로건 등 독서 문화를 전파하는데 있습니다.
2023년은 4050 중장년의 책의 해 캠페인. 문화체육관광부제공 하지만 독서를 권장하는 캠페인은 누구나 쉽게 책을 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합니다. 브라질의 Ticket Books, 오스트레일리아의 mailbooks 캠페인 등은 책을 일상에서 쉽게 접하게 만들고, 쉽게 나눌 수 있는 방법입니다.
위대한 개츠비 책에 담긴 교통카드 기능. creativepool
mailbooks for good. designbro.com
책 쉽게 접하게 만든다면?
앞서 저는 책을 소장하기 위한 구매형태가 많아지는 것도 독서 권장의 관점에서 나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아닙니다. 이제 그 생각을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현재 대한민국 책 가격을 심리 허용치까지 매우 낮추면 읽던, 소유하던, 소장하든, 책을 쉽게 접하게 되고, 책의 소비는 늘어날 것입니다. 소비가 늘어나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만들어 지고, 화려한 표지와 두꺼운 커버로 소장의 심리를 노린 출판사의 판매정책이 소비 문화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읽지도 않은 책을 소장하기 보다는, 보다 많이 구매하고, 읽고, 다시 재활용이나 나눔으로 순환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독서율의 증가를 위해선 문제의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도서정가제로 인한 10%의 할인이 아니라, 책 본래의 가격에서 오는 마음의 부담을 줄여야 할 것입니다. 보다 많은 소비를 위해 책의 보급판, 문고본, 저렴한 전자책이 더욱 장려되어야 합니다. 가격이 저렴해지더라도, 소비가 많이 이루어지면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선순환이 될 수 있습니다.
독자들도, 책은 소장, 소유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다양하게 읽고, 즐기며 작가와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소비 해야 합니다. 마치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 하듯이 말이죠.
당신에게 책 한 권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얼마인가요?
책 한 권을 맘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당신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정해봅시다. 책 한 권을 부담없이 지불할 수 있는 한계치를 선택하세요.
(얼마를 주든 꼭 갖고 싶은 책이 아니라, 치킨 한 마리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생각하면 쉬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