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한손에 얼맨교. 클립아트코리아제공
아저씨, 이 동네 유명한 재래시장에 가주세요
여행을 가면 꼭 방문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그 동네의 재래시장입니다. 재래시장을 꼭 가는 이유는 그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물과 다양한 상품을 만날 볼 수 있다가 첫 번째 이유이고, 그다음은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특별한 사람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으레 방문하게 되는 유명 관광지보다 그 지역의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한 짭쪼르함이라고 할까요? 재래시장에서 가격적인 흥정도 좋고, 자글자글 볶고, 부쳐지는 기름 향기도 좋습니다.
그런데, 택시 기사님이 재래시장을 모른다고 합니다. 난감합니다. 재래시장이 없다고 합니다. 5일 장은 내일 선다더군요. 어떻게 해야하죠? 출발하기 전에 검색이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더 난감한 일이 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재래시장, 전통시장, 중앙시장, 공설시장 그 이름이 각양각색이며, 뭐라고 검색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시장에 가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죠.
특유의 본능이 발동합니다. 시장이름이 이렇게 많은 이유, 정확히는 시장종류가 이렇게 많은 이유. 그 이유를 알아봐야 되겠습니다.
옛 군산화물역 새벽시장 모습. 오마이뉴스 김수관 제공
나의 고향에 있는 역전시장, 구시장 지금은 공설시장
나의 고향에는 역전시장이 있었습니다. 역 앞에 위치한 시장이라서 그럴까요? 역전시장이라고 불리던 시장은 100여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시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전국 최초의 마트형 시장으로 옛 모습과 많이 다르지만, 난장과 같은 모습으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생애 첫 국밥을 접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머니는 '구시장'이라고 불렀고, '새벽시장'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역전'에 가자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재는 '공설시장'이라는 명칭입니다. 재래시장이라고 부르진 않았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시장을 부르는 명칭과 공식적인 명칭은 다를 수 있습니다.
2023년 현재 전국에는
1,522개의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정한 전통시장의 수치입니다. 5일장, 상설장을 모두 포함한 수치라는 점을 안내 드립니다.
여기는 맛과 정이 있는 속초관광수산시장. 닭강정 시장아닙니다. 시흥지웅추제공
전통시장, 전통을 파는 곳? 전통적 방식으로 거래하는 곳?
전통시장 이름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미지, 느낌)이 떠오르나요? 전통시장은 생필품의 유통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지역경제의 활성화,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지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전통시장 개념 및 분류체계 재정립에 관한연구 - 김영기 2011)
전통시장이란?
자연발생적으로 또는 사회적ㆍ경제적 필요에 의하여 조성되고, 상품이나 용역의 거래가 상호신뢰에 기초하여 주로 전통적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장소로서 다음 각 목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구청장은 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이하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라 한다)이 인정하는 곳을 말한다.
출처 :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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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는 재래시장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재래(在來)의 사전적의미는 예전부터 있어 오던 시장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뜻을 알고보니 재래시장도 괜찮네요)
중소벤처기업부의 전신 중소기업청은 2008년 전국 80여개의 시장 상인 1,210명을 대상으로 전통시장, 시장, 고유시장, 서민시장, 재래시장 등 5개 후보명칭에 대한 선호도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재래시장의 명칭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2.6%, 전통시장이 82,6%를 차지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전통시장으로 부릅니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전통시장에 가자? 재래시장에 가자? 우리는 어떤 명칭을 사용해야 할까요? 이미 대형마트가 점령한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종에서 재래시장의 이름에서 오는 낙후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2009년 법 개정을 통해 시장이름이 변경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이름만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의 유통시장에 대한 대응하는 조치이기도 합니다.
근대적인 건물시설, 주차를 비롯한 교통문제, 위생문제,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던 영세상인을 보호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2004년 제정되었고, 현재는 일명 전통시장법 [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통해 전통시장을 보호,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정부는 전통시장 고유의 문화전통을 가미해 관광명소로 만드는 사업을 진행, 지역의 역사, 문화, 특산물과 연계한 '문화관광형시장'이라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재래시장, 그리고 현대적인 시설로 개선한 시장을 담아 낸 전통시장, 관광시장에 이르기 까지 시장의 이름은 매번 바뀌고 다양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헷갈려 합니다.
재래시장, 전통시장, 종합시장 명칭은 너무 많아
실제 시장의 정확한 이름을 확인해 보기 위해 전국 1,500여 개에 달하는 등록된 시장의 통계를 살펴보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금까지 이야기했듯 시장의 이름에 있었습니다. 대부분 '지역명'과 '시장'으로 이름을 붙인 시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직 재래시장을 사용하거나, 종합시장, 전통시장, 상설시장 등 다양한 명칭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먼저 우리는 22년도 6월 기준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공공데이터포털 자료에서 분류를 해보고자 했습니다. 전국 1,500여개의 시장 중에 전통이라는 이름을 붙인 시장은 전국 166여곳, 중앙은 226곳, 재래는 14곳, 5일은 226곳 공설은 47곳, 상가시장 44곳, 종합시장 105곳 있었습니다.
전통시장 통통.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누리집캡쳐대부분의 시장 명칭이 지역명, 대표건축물, 장소, 특화된 판매상품 등으로 이름이 구성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시장의 이름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통시장 통통에서 전국의 모든 시장을 시, 도로 구분되어 제공하니 해당 지역을 가시기 전에 꼭 검색 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부산국제시장. 부산관광포털누리집캡쳐
전통시장 이름 보다 개별 시장으로 브랜드화 한다면?
부산에는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대구에는 서문시장, 칠성시장, 패션의 성지 평화시장, 말발굽 모양에서 유래한 광주의 발마우 시장, 무주 반딧불시장 등 우리는 이미 각자 개별화된 이름(브랜드)를 가진 시장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름이기도 하고, 재래시장, 전통시장에서 오는 왠지 거시기한 느낌도 없습니다. 이런 느낌 같은 느낌 아주 좋네요
(S.E.S 2집 5번트랙 '느낌'을 들으면서 읽으면 좋은 느낌 100배) 역시,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주체인 동네 사람들이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예전부터 있어 오던 곳,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커뮤니티이자, 문화 경제의 중심지라는 시장의 본질은 재래나, 전통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함께 사는 사람이 중심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지역의 특징을 잘 버무리고, 특색있는 시장 네이밍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유명인의 이름을 붙이네 마네 하는 일도 없어 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거창하게 우리 동네, 지역의 시장 이름을 다시 지어보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 동네의 시장이 어떤 이름인지, 그리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만 관심을 가져보자 입니다. 혹시 어찌 알까요? 이 캠페인이 보다 많은 관심을 얻게 되면, 우리가 일반적인 재래시장의 이름을 아주 멋지게 만들어 볼지..(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동네의 시장을 찾아보세요. 이왕이면 재미있고, 특색 있는 장점을 담아 소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동네 시장을 아래 캠페인 배너를 클릭해 찾아보시고, 댓글로 적어볼까요?
혹시 우리 동네 시장 이름이 00전통시장, 00재래시장이라면, 보다 특색있는 이름으로 바꿔 부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