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 앉아있는 노인. ©Mykyta Martynenko on Unsplash
신경 과학자인 리사 제노바는 이런 말을 했다.
“만약 당신이 85세까지 살아있다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거나 아니면 그를 돌보는 사람일 것이다.”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한 유형인데,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치매의 유병률은 80~84세에서 20.96%, 85세 이상 인구에서 38.71%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83세일 때 암의 유병률이 37.9%인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이다.
또한 2021 사망 원인 7위에 알츠하이머병이 오르면서, 치매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그 심각성 역시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치매환자 유병률. 그래픽=김예경 | 사망원인순위 추이. 그래픽=김예경 |
보다 심각한 것은 치매 노인 실종 문제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접수된 치매환자 실종신고는 총 4만 10건으로,
2017년에는 1만 건에 불과했던 실종 건수가 2021년에는 1만 2577건으로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실종된 뒤 사망한 채로 발견되는 치매환자도 꾸준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치매환자는 총 534명이다. 치매 환자는 증가하고 있고, 치매 환자 실종문제는 5년 간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우리의 부모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연령별 실종 접수 현황. 경찰청 제공
“버스가 늦어요. 따듯한 곳에 들어와서 기다리실래요?” 독일과 영국, 일본 등에서는 치매 환자 실종을 막기 위한 가짜 정류장을 만들었다. 독일의 ‘벤라트 시니어 센터’ 요양원이 시설 내 가짜 버스정류장 간판을 설치한 것이 시작이다.
이 요양원에서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옛날 집이나 죽은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치매 환자가 시설을 나가는 일이 빈번했다. 요양원 측은 시설을 뛰쳐나간 치매 환자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가짜 버스 정류장을 만들게 되었다.
치매 환자가 정류장 근처를 서성이면 잠시 후 직원이 다가와, 버스가 늦게 오니 커피 한잔하면서 기다리자고 말한다. 환자는 안심하고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가 왜 버스를 타려고 했는지 잊고 요양원 안으로 들어온다.
독일 가짜 버스 정류장. 독일 공영방송 ZDF 홈페이지 캡처
'우리 부모님을 지켜주세요' 캠페인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치매 환자들이 어디론가 돌아가고자 거리를 배회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을 때, 우리는 한 명의 치매 환자를 스쳐 지나간 건 아닐지 생각해봐야 한다.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버스정류장에 신고 접수된 치매 환자에 대한 글을 붙여놓는 것이다.
“2009년에 실종된 저희 어머니, 박순분 씨가 앉아 계실 수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을 지켜주세요.
중앙치매센터 1666-0921”
버스정류장에 중앙치매센터 실종노인찾기 정보를 토대로 만든 그래픽을 합성한 모습. 그래픽=김예경, 인천광역시 연수구 제공이 캠페인의 의의는
버스정류장에 치매 환자가 앉아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언제든 치매 환자가 있을 수 있으며, 특히나 치매 환자가 있을 가능성이 큰 버스정류장에 스티커를 붙여놓음으로써 필요한 순간에는 신고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편영화 ‘The Wait’(2018)을 보고자 한다. 버스정류장에 앉아 대화하는 치매 환자와 그 딸의 모습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감당하고 있는 치매의 무거움을 느끼게 한다.
작은 캠페인이지만 이를 시작으로 사회가 함께 치매 환자를 돌보고,
치매가 있어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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