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전자기기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연출). 사진=다나 최근 ‘카공족’ 민폐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러·우 전쟁으로 전기세가 급등하면서 카페 자영업자들에게 회전율, 즉 매출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자영업자들은 ‘카공족’이 카페에서 소비하는 전기와 ‘카공족’ 때문에 빈 자리가 없어 카페를 나가는 손님들이 눈에 밟히기 마련이다.
‘카공족’의 시작, ‘코피스족’ 한국에서 카페가 음료 마시고 대화하는 것 외의 용도로도 활용되기 시작한 건 꽤 예전부터였다. 2009년,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코피스(Coffice, 커피와 오피스의 합성어)족’이 등장했다. 의외인 점은 당시 카페 시장은 ‘코피스족’에 상당히 호의적이었다는 점이다. WiFi 서비스와 콘센트, 멀티탭, 노트북 충전기까지 제공하고 좌석을 유리 부스로 분리해놓는 등 ‘코피스족’을 사로잡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 외에도 카페를 도서관처럼 활용하는 ‘카페브러리(Cafébrary, 카페와 라이브러리의 합성어)족’, 학교나 학원에 간 자녀를 기다리며 사교육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맘(Cafémom)’, 그리고 지금의 ‘카공족’까지 카페는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왜 ‘카공족’이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보다 카페를 선호할까? ‘카공’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개방적이고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 공부하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최근 ‘카공족’에 대한 뉴스와 기사에 적힌 댓글들을 보면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에 가면 될 일이 아니냐는 사람들이 보인다. 물론 좌석이 넉넉하고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이 없기도 하고, 스터디카페 이용료가 부담스러운 것도 한몫하긴 하지만, ‘카공족’이 도서관과 스터디카페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소음이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상대적으로 큰 소리를 내어 눈치가 보였던 일을 살면서 한 번쯤은 겪어보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또 스터디카페에서는 종이 넘기는 소리와 삼색 볼펜 딸깍거리는 소리가 거슬린다는 포스트잇을 공용 게시판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이 두 공간에서는 무소음 키보드와 마우스 준비가 필수이다. 이렇듯 ‘적당한 소음’과 함께하고픈 ‘카공족’에게 도서관과 스터디카페는 조금은 답답한 공간이다.
‘카공족’에게 대안을우선 첫 번째, 카페에서 버티기 지난 23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진행한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과의 인터뷰에서 고장수 이사장은 2~3시간마다 음료 한 잔 구매하기를 권장한다. 또한 카페는 다양하게 활용되는 공간이니 다른 손님들도 배려하며 이용하고 장시간 자리를 비울 때는 자리 비워주는 등 기본적인 에티켓은 필수이다.
두 번째, 다른 공간 이용하기? 카페처럼 개방적이고, 적당한 소음도 허용되며 타인과 함께할 수 있으며 주거지역 곳곳에 있는 공간이 있을까? 서울시를 기준으로 카페를 대체할 장소를 찾아보았지만, 카페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곳은 찾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특별시에서 운영하는 공간대여 서비스인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 시스템은 최소 인원 제한이 있어 혼자 이용하기 어렵거나 장시간 이용이 불가, 또는 타인과 함께 이용할 수 없는 등 카페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웠다.
국회도서관 홈페이지 메인화면. 국회도서관 홈페이지 캡처 위에서 도서관이 ‘카공’에 적합하지 않다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사실 모든 도서관이 그런 것은 아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도서관의 경우 운영시간은 17~18시까지로 조금 짧지만, 주기적으로 안내방송이 나오거나 노트북 사용이 자유로워 소음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 외에도 서울특별시청 앞에 위치한 서울도서관, 경복궁 동쪽에 위치한 정독도서관, 서초구 대법원 근처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국회도서관과 같이 소음에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이런 규모 있는 도서관은 서울 곳곳에 있기보단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배치되어 있어 매일같이 방문하기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코피스족’, ‘카공족’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카페를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이와 함께 발전했어야 할 ‘카페 에티켓’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해 보이며, 카페를 대신할 공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제시나 홍보가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