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공공소통연구소
눈이 녹아 젖어 있는 보도입니다. 이 보도의 표면에 미세하게 빗살 무늬가 그어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기에는 투박해 보일지 몰라도 걷는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해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투박함입니다.
사람들이 주요 이용하는 보도는 괜찮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보도가 아닌 경계석은 어떨까요? 우리가 횡단보도나 버스 정류장 등 일상 속에서 접하는 도로 경계석도 분명히 도로입니다만, 경계석은 매끈한
화강암이 대부분입니다.
경계석도 사람을 위한 보도다. 비나 눈이 오는 날 경계석은 '살얼음'같이 미끄러워 집니다. 왜 경계석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까요? 매끄럽게 미관만을 생각하면 해결 될 일일까요?
화강암 소재 경계석 출처:공공소통연구소
도로경계석에 미끄러져서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출처=진주시 열린시장실경계석의 미끄럼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횡단보도, 버스정류장 등 사람이 보도위를 건너는 상황에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매번 반복되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들은 소재나 설치 기준에 대한 고민 보다는 임시방편적인 조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 경계석 화강암 표면에 열을 가해 거칠게 후 가공하는 '버닝 작업'
◉ 도로 차선용 미끄럼 방지 테이프를 부착 하는 작업
경계석 표면에 열을 가해 표면을 정리하는 미끄럼 방지 작업, 출처 =성남시
김포시 버스정류소 경계석에 미끄럼방지 시트 설치 출처= 김포시
서울시의 보도포장 미끄럼 저항기준
보도위를 건너는 상황에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경계석의 미끄럼 문제 과연 이런 해결책 밖에 없는걸까요? 지난 2010년 서울시는 이런 기준을 발표했었습니다.
시내 평지는 40BPN 이상, 경사 10% 초과일 경우는 50BPN 이상의 저항기준을 가진 보도 포장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명 ‘서울형 보도포장 미끄럼 저항기준’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시와 각 자치구 등에서 시행하는 모든 보도 공사에 이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계석의 경우 40BPN 이상으로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여기서 BPN 이란 [미끄럼 저항기준] 을 나타내는 것으로 British Pendulum Number 의 약자입니다. 이 수치가 높을 수록 미끄럼에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울특별시 보도포장 미끄럼 저항기준. 출처=서울시 서울시설공단 보도공사 설계시공 매뉴얼 中기준은 기준일 뿐인가요? 문제는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캠페인 저널리즘 [눈]은 궁금합니다! 도심 속 횡단보도 앞에 설치되어 있는 화강암 경계석이 미끄럼 기준에 적합하게 설치되어 있을까요? 이 미끄럼 방지 마찰 계수 테스트를 위한 비용과 시간의 문제가 있지만 간단히 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화강암 경계석의 표면을 거칠게 하여 설치된 경계석 ©출처:공공소통연구소사실상 표면 버닝 작업이 되어 있지 않은 보기 좋은 매끈한 화강암 경계석은 미끄럼 방지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이 크며 사고 유발 가능성 또한 높다고 보면 맞습니다.
보기 좋은 화강암 경계석을 설치해야 한다면 애초에 표면 작업을 거칠게 버닝 처리해 설치하면 됩니다. 문제는 왜 이런 생산 원칙은 외면한 채 매끈하게 처리된 경계석을 계속 설치하고 있는가? 그리고 사고가 발생하거나 민원이 접수되면 별도 예산을 들여 후가공 조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분명히 잘못된 관행입니다.
공공소통연구소 이종혁 소장은 "지난 5일 행안부,「2023년 국가보행안전 및 편의증진 실행계획」을 발표하면서 '보행중심사회'로 전환을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사고 데이터에 기반한 보행자 안전 위해 요소를 제거한다고 했는데 첨단 데이터를 통한 조치와 함께 아날로그식 대응 같지만
'눈에 보이는 인프라'에 대한 조치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캠페인 저널리즘 [눈]은 설치 단계에서부터 화강암 소재의 경계석을 [보기 좋은 매끈한 경계석이 아니라 표면이 좀 거친 투박한 경계석으로 바꿔보자]는
[매끈한 도심 속 투박한 경계석] 캠페인을 제안합니다.
보행이 중요한 사회에서 "길에서 걷다가 미끄러질 뻔했다"는 경험담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