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알림설정은 필수.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내가 보던 영상과 비슷한 영상, 기호를 추천하는 세상, 내가 듣던 가수의 음악과 연관성이 높은 음악을 추천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웹툰과 비슷한 풍의 작가의 웹툰을 추천해주는 세상
불과 몇 년 전 내가 구매한 상품과 비슷한 상품을 소개하면서, 할인 쿠폰까지 넣어주던 묘했던 쇼핑몰들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콘텐츠의 시장에도 이러한 맞춤 추천이 어느 순간 나의 모니터와 스마트폰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시간은 금이라고 했던가요? 이미 나의 취향과 나의 구매기록과 나의 시청 패턴을 아주 절묘하게 알아맞히어 살포시 유도하는 이러한 추천은 나의 정보 탐색 시간을 줄여주며, 마치 그런 시간이 불필요한 듯 나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듯 이야기합니다. (feat.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엄마 말 들어)
네이버 쇼핑 플랫폼 AItems 기술.
네이버 제공
우리는 이것을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이라고 합니다. AI가 추천한다는 거창한 말보다 나의 검색이나 구매, 시청한 항목과 비슷한 주제, 키워드 등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이미 축적 해둔 상품의 기본적인 속성을 토대로 묶여 있는 상품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물론 장점도 존재 합니다. 나의 취향을 고려하여 최대한 실패 하지 않을 법 한 것들을 추천해주니까요.
나를 정의하는 것 : 알고리즘
알고리즘 사전적 정의는 주어진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 방법, 명령어를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알고리즘 추천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정확하게는 콘텐츠, 상품 추천을 위한 계획, 명령어들의 집합체인 추천 알고리즘(Recommendation Algorithm) 이라고 불러야 맞을 것입니다. 아무튼, 사용자가 선호할 만한 정보를 추측하고, 여러가지 항목을 그 정보에 맞추어 추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이쪽 시장에서는 사용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인지 그럴싸하게 추천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이 모색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영화, 가수, 책, 등을 선택하게 하든지, 이미 관람한 영화에 대한 평점을 매기던지, 아니면 사용자의 지역, 연령, 성향 등을 토대로 그룹을 만들고 그에 맞는 추천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그냥 한번 아무거나 던져보고 물었다 싶으면 그 미끼 상품의 속성에 맞춘 것을 추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번 찾아보시죠, 의외로 잼있어요)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최대한 추천 알고리즘의 명제나 분류법은 최대한 열거하지 않고 풀어보았습니다만 잘 전달이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6월 28일 유튜브 인기 급상승화면, 유튜브 화면 캡쳐
중요한 점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의 선호도, 나의 구매특성, 나의 관심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며, 나의 취향을 드러내는 본인의 정체성과도 연관되는 것이며, 이는 곧 나를 정의 내리는 것들 중 하나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게 뭐 어때서? 추천해주면 좋지
오늘의 주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나에 맞추어 추천해주는 세상, 아침에 일어나면 나의 수면 패턴과 기상 시간에 맞춘 음악과 식단, 그리고 중요한 오늘 스케줄과 날씨, 의상까지 (좀 괜찮은듯 합니다) 그리고 출근 길 평소 듣던 음악과 현재 EQ와 같은 심리를 기반으로, 내가 만든 플레이리스트에 기반 한 음악 재생, 지하철에서 유튜브 볼까? 하다가 회사 도착시간과 비슷한 재생시간을 가진 추천 영상까지
장보기는 2시간. 그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을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오늘 뭐 먹지? 하다가 포털이 내가 현재 있는 장소를 기반으로 나의 연령대와 매칭되어 20대가 많이 찾는 음식점을 추천해 주고, 집에 우유와 시리얼이 떨어져서 들어간 새벽 배송 사이트에는 나의 구매 패턴에 맞게 추천해 주는 물품 리스트와 자주 구매하던 리스트(이제 거의 다 사용한 화장지도 사라고 강요 아닌 압박)도 있습니다. 게다가 자기 전에 보는 넷플릭스에서는 '우리의 지구'은 어디 가고 이제는 '지구의 밤'을 보라고 강요합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는 추천 없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새로운 지식을 찾기 위해, 새로운 이성을 찾기 위해(?) 그렇게 허비하고, 허비했던 정보탐색의 시간의 매력은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만든 알고리즘에 의해 정의 내려진 '나'라는 존재가 왠지 내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얘네들은 이런 모습이 '나'라고 합니다. (우리 엄마도 아직 나란 놈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셨는데 말이죠)
저는 이걸 새로운 경험을 가로막으며,
정보 탐색의 경험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두려움의 시대'라고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취향 저격'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만들어 준 알고리즘에 의해 나열된 정보와 지식들을 추천받으며,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그리고 경험을 제공받거나, 찾아볼 수 있는 기회조차 잃어 버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단호한 어투로 읽어 주세요)
'나다움'이란 무엇일까?
개인의 '자아정체성'이란 자신의 견해, 이상, 기준, 행동, 그리고 사회적 역할에서 은밀하게 아니면 매우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며, 나라는 것은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으로 이해해보면, 이렇게 나의 행동, 관심으로 시작된 추천 알고리즘도 계속해서 나의 정체성에 대한 여러 속성을 부여하고, 결국 '나'에 대한 정의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진 '나'는 과연 '나' 라고 얘기 할 수 있을까요? 당장 유튜브를 로그인 한 상태로 접속하면 나오는 수많은 영상들의 썸네일이 '나' 라고 정의 한다면, 넷플릭스의 취향저격 베스트 콘텐츠가 나를 드러내는 '나다움' 이라고 한다면, 내가 사고 구매하는 취향저격 장바구니 상품들의 나열이 '나' 라고 말한다면 쉽게 동의 하실 수 있나요?
단순한 콘텐츠, 상품을 추천해주는 것에 무슨 나에 대한 정체성을 논하느냐?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추천이 단순히 알고리즘 로직에 의해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뉴스를 추천받는 시대, 찾아보는 시대. 클립아트코리아제공
하지만 '확증 편향'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추천에 의한 정보와 지식은 아무리 나의 패턴과 성향(이라고 쓰고 덕질이라고 하기도 한다)을 기반으로 하였다 하더라도, 결국 남이 만들어서 나에게 제시하는 정보를 쫓는 것에 불과합니다. '
필터버블'이라는 용어 역시 본인의 관심사와 다른 이야기는 접하지도 못한 현상을 문제 삼고 있는 용어 입니다.
결국 '나다움' 이란 나를 드러내는 수많은 요소일 것인데, 데이터에 의한 분류로 나의 지식과 가치관을 테두리 짓고, 정의 내리려 한다는 점이 매우 불편하다 입니다.
새로운 '나다움'을 찾아보는 한 가지 실천 캠페인
이러한 추천 시스템은 바로, 플랫폼, 쇼핑몰, 콘텐츠 회사의 광고 & 판매 전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라도 더 팔고, 구매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최대한 구매할 수 있는 잠재 고객, 즉 '대략구매군'에게 해당되는 제품을 노출시켜야 하며, 이러한 노출 전략은 겉으로는 이용자의 편의를 위시한 시스템인 것처럼 보일 뿐, 결국 타 플랫폼과의 광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광고예산을 더 얻기 위한 시스템인 것입니다.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는 시간을 아끼지 마세요. 내비게이션의 빠른 길 추천보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길로 한 번쯤은 돌아가 봅시다. 맛집을 검색하는 것보다 길거리를 걷다 나오는 음식 향기에 이끌린 듯 한번 들어가 봅시다.
자 지금 당신의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시청기록을 삭제 해보세요. 아니면 리셋하듯 로그아웃하거나, 시청기록을 삭제해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남이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경험해 보는 겁니다.